전공의 사직 사태와 관련하여 많은 의사 선생님들이 한국에서의 의업을 포기하고 해외로 이주하실 계획을 세우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의대 증원으로 인해 수익이 감소할까봐 해외로 떠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점점 커져가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 의료 및 수가 정책의 중앙집권적 통제, 환자들의 이의제기나 소송에 대한 부담 등등으로 인해 한국에서 의업을 이어가는 것에 환멸을 느끼시고 한국을 떠나시려는 것이지요. 그들은 국가의 통제를 덜 받고 의대에서 배운 지식 그대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미국에서 전문가로서 인정받으면서 의업을 이어나가고 싶어 합니다.
예전부터 많은 의사 선생님들이 미국 영주권을 취득해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공의 사직 사태와 맞물려서 그 트렌드가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전공의 사직 사태 이후 의사들의 미국 영주권 취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영주권 취득 후 이주 형태의 변화
전공의 사태 이전에는 영주권 취득 후 의사 본인은 한국에 남고 자식과 나머지 가족들만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하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그 때까지는 아직 한국에서 의사로 활동을 해도 나름대로 존경받으면서 보수도 다른 직업에 비해 많은 편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이민관들이 한국 의사를 인터뷰할 때 가장 많이 따져 물었던 것이 신청자 본인도 미국으로 갈 의사가 있느냐입니다. 그래서 개업의에게는 폐업 신고서를, 봉직의에게는 퇴직 증명서를 요구하죠.
하지만 전공의 사태 이후에는 의사 본인도 점점 더 적극적으로 미국 이주 의사를 뚜렷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의업을 이어 가는 것이 여의치 않아지는 것과 동시에, 미국에서는 오히려 외국 의사들의 문턱을 점점 더 낮추고 있기 때문이죠. 테네시주, 버지니아주, 플로리다주 등에서는 실제로 한국에서의 레지던트 수련을 인정해주고 미국에서의 레지던트 수련을 면제해 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이 글을 참고하세요
누가 미국으로 가장 많이 갈 것인가?
전공의 사태 이후 미국 진출에 가장 관심있어하는 의사들은 자녀가 있는 주니어 스텝들입니다. 그들은 자녀가 있기 때문에 교육에 관심이 많으며, 초고령화 사회가 될 한국에서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고령자 부양을 위해 내야 할 세금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젊고 역동적이며, 그나마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덜 한 미국의 영주권과 시민권은 자식에게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니어 스탭들은 미국에서의 새 삶을 도전할만한 자격도 되고 나이도 됩니다. 미국병원에서 교수로 채용되면 해당 과의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 개원의를 하신 분들보다는 스탭으로 일했던 분들이 미국에서도 교수로 채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은 USMLE 시험에 응시하려는 의지가 고령의 의사보다는 많을 것입니다.
미국의사 면허를 따거나 이 글에 나온 방법대로 전문의 자격증까지 딸 수 있다면 미국에서 앞으로 적어도 30년 동안은 사회적 존경을 받고3~10억 정도의 연봉을 받으면서 살 수 있지요. 따라서 일단 소위 '필수과'라고 표현되는 전문과들의 주니어 스탭들을 중심으로 미국 이주의 움직임이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정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 이후 그가 차기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높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지만 외국 엘리트에 대해서는 유연한 영주권 정책을 주장하였는데,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취임 첫 날 미국 대학 석사를 취득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자동 부여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기사 링크). 이렇게 외국 엘리트를 우대하는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면 트럼프 집권 시기에 외국 의사에 대한 문호가 지금보다도 더 많이 열릴 것입니다.
한국 의대 교육 부실화에 따른 무더기 미인증 우려
하지만 변수는 있습니다. 2025학년도부터 실제 의대 증원이 2000명가량 이루어지게 되면 의대 교육이 부실해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한국 의대들의 무더기 미인증 사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CFMG에서는 미국 내에서 의사로 활동하기 위해 면허를 받고자 하는 외국 의대 출신 의사들을 세계의학교육연합회(World Federation for Medical Education, WFME)로부터 인정을 받은 인증 기관을 받은 의대 졸업자로 제한하는데, 한국에서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WFME로부터 위임받아 의대 교육의 질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기사처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교육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다수의 의대에 대해서 미인증을 결정한다면 이들 학교 재학생에게는 USMLE 응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게 될 것입니다. 물론 미인증 전에 졸업한 의사들은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현재 의대를 다니고 있는 의대생들에게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큰 선택지 하나를 잃게 될 것입니다.
결론
전공의 사태 이후로 의사들의 미국 영주권 문의가 급증한 것은 앞으로 쉽게 돌이킬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떠나고자 하는 의사가 많고, 미국은 더 많은 외국 의사를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지금은 소위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는 시기이죠. 이제 한국 의료는 유능한 의사들은 모두 미국으로 떠난 유럽처럼 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니면 한국에는 성형외과, 피부과만 있고 암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외국으로 가야하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땐 정말 전세기를 띄워야 할까요?
Sponsored by
미국 변호사, 의사가 함께 하는 의사 전문 NIW 영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