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시국인지라 미국의사시험(USMLE)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이고 의대생, 의사조차도 USMLE에 대해 정확히 아시는 분이 많지는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은 USMLE이라는 단어는 들어보았지만 정확히 그것인 무엇인지 모르는 왕초보들을 위해 USMLE에 대해 처음부터 차근차근하게 알아보겠습니다.
1. 국시 vs USMLE
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즉 USMLE는 직역을하면 미국 의사자격 시험입니다. 하지만 의대생이나 의사들이 KMLE 또는 국시라고 부르는, 한국 국가의사고시와는 조금 그 개념이 다릅니다.
KMLE이나 USMLE 모두 그 시험을 통과하면 소정의 의사 자격증을 줍니다. 한국에서 국시를 통과하면 바로 의사가 되어서 단독으로 개업해서 환자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USMLE를 통과해서 받는 자격증은 practice medicine under supervision, 즉 선배 의사의 관리감독 하에서 환자를 볼 수 있는 의사자격증입니다. 다시말해 수련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할 수 있는 자격만 주어질 뿐입니다. 의대교수나 개업의처럼 혼자 단독으로 환자를 보려면 레지던트 2~3년을 거치고 주면허(state license) 시험을 봐서 통과해야 합니다.
2. USMLE 응시 자격
미국 의사자격시험이니 미국의대 재학생이거나 졸업자면 당연히 응시자격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한국 의대 재학생이나 졸업자(서남대 제외)도 USMLE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 의대 '졸업자'면 된다는 것입니다. 한국 의사자격증을 보유한 한국 '의사'일 필요는 없습니다. 따라서 극단적인 경우에는 한국에서 의대만 졸업 후 국시는 보지 않고 USMLE만 준비해서 미국 의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의대 재학 중인 분도 USMLE를 볼 수 있고, 졸업한지 20년 이상 지난 분들도 볼 수 있습니다.
3. 기존 USMLE 시험 과정
코로나 이전에는 Step 1, Step 2CK, Step 2 CS, Step 3의 네 단계가 있었습니다. Step 1은 병리학, 생리학, 생화학 등 기초의학에 대한 시험으로, 미국 의대생 기준으로 의대 1~2학년 때 응시합니다. Step 2CK(Clinical Knowledge)는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임상의학에 대한 시험으로, 한국의 국시와 가장 유사하므로 한국 의대생이나 한국 의사들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파트입니다. Step 2CS(Clinical Skills)는 우리의 OSCE과 비슷한 시험으로, 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당연히 영어로) 진료하는 performance를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이 Step 2CS가 당연하겠지만 평균적인 한국 의대생 또는 의사들에게는 가장 넘기 힘든 관문이'었습니다.' Step 3는 혼자 단독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는 측정하는 시험으로 Step 2CS와 비슷하긴 하지만 문제가 좀 더 시나리오 중심입니다. 이전에는 Step 3를 통과하면 주면허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주면허를 주지는 않고 있습니다.
Step 1과 Step 2CK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Step 2CS와 Step 3는 미국 본토에 가서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4. 변경된 USMLE 시험 정책, 그리고 한국 의사의 기회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 의대생이나 의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USMLE 시험이 개편되었습니다. 먼저 Step 1이 기존의 점수제에서 pass or fail 즉 합격/불합격 여부로 변경되었습니다. Step 1은 특히 기초의학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한국 의사들에게 까다로운 시험이었는데요, 이전에는 Step 1 점수가 레지던트 매칭(레지던트 선발을 미국에서는 matching이라고 합니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음을 감안한다면 Step 1이 합격/불합격으로 변경된 것이 한국 의사에게 큰 메리트가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희소식은 Step 2CS가 폐지되었다는 점입니다. 한국 공교육 체제 하에서 영어를 배웠던 대부분의 한국 의사들에게 Step 2CS는 고역이었습니다. USMLE 준비 시간의 반 이상을 영어 공부(특히 듣기 말하기)에 쏟아야 했거든요.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Step 2CS 대신에 OET(Occupational English Test)라고 하는, 일종의 토플과 같은 시험으로 대체가 되어서 외국인에게는 큰 장애물이 없어졌습니다.
이렇게 이전에는 큰 변별력을 가졌던, 그리고 외국인 의사에게 불리했던 Step 1과 Step 2CS가 완화되거나 폐지되면서 한국 의사들에게는 큰 기회가 열렸습니다. 이제 Step 2CK만 잘 보면 되거든요. Step 2CK는 의대생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기성 의사들은 조금만 공부하면 점수가 잘 나오는 시험입니다. 그 동안 Step 1과 Step 2CS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USMLE에 도전하지 못했던 분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론
제가 USMLE를 준비했던 10년과는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도 옛날에 Step 1과 Step 2CS 준비할 때 애를 먹었는데요, 전문의 따고 시험 준비하다보니 기초의학에 대한 지식이 0에 수렴했기 때문에 Step 1은 아는게 없어서, 그래고 Step 2CS는 영어를 못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큰 두 가지 큰 장애가 사라진 지금 이 시국, 저는 한국의 모든 의대생과 의사 선생님께 제발 USMLE 보시라고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애걸하고 싶습니다. 일단 한 번 해보세요, 여러분의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그리고 그 미래는 생각보다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USMLE를 준비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의 다른 포스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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