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오늘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한국 의대 졸업생이 레지던트 수련을 하려면 자국 보건당국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며 "(정부)규정상 행정처분 대상자는 추천에서 제외하게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4963357
미국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기 위해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의아해 하실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오늘은 미국 레지던트 수련과 관련된 비자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J1 비자의 숙명
ECFMG 자격증을 딴 외국 의대 졸업자는 대부분 ECFMG의 후원(sponsorship)으로 J1 비자를 획득하여 미국 병원에서 수련을 받게 됩니다. 이 J1 비자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지원자 자신의 출신 국가의 학문의 발전을 위해 미국에서 일정 기간 교육이나 수련을 받고 이를 마치면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취지로 발급해주는 비자입니다. 따라서 J1 비자는 이민의 의도가 없는 비이민(non-immigrant) 비자이며, 자국의 학문을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에서의 교육이나 수련이 마치면 반드시 본국으로 돌어가야 합니다.
ECFMG에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 외국 의대 졸업자들에게 J1 비자를 발급을 후원해줍니다.
- USMLE Step 1과 2CK, 그리고 OET(Occupational English Test)를 통과합니다.
- ECFMG 자격증을 획득합니다.
- 수련 병원과 매칭에 성공하여 병원으로부터 계약서와 offer letter를 받습니다.
- 한국 국민이라면 보건복지부로부터 추천서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J1 비자의 의도 때문인데, 한국의 보건복지부에서 "이 사람은 미국으로의 이민 의도가 없으며, 미국에서 수련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의 의학 발전에 힘쓸 것"이라는 보증을 서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행정처분을 받은 레지던트에게 바로 4번에 해당하는 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보건복지부의 추천서 없이 미국에서 레지던트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대안 1: H1b 비자
H1b 비자는 '취업 비자'입니다. '취업'이라는 행위는 자신의 능력으로 고용주(employer)와 사적인 계약을 맺는 것이므로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개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H1b비자 발급에는 한국 보건복지부의 추천서가 필요없습니다. 하지만 H1b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USMLE Step 3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외국 의대 졸업자로서 미국 병원의 레지던트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H1b비자는 가뭄에 콩 나듯이 발급된다는 것입니다. 외국 의대 졸업자의 대부분(80~90%)는 J1비자로 미국 병원에서 수련을 받습니다. 나머지 10~20%의 외국 의대 졸업자들은 H1b 비자로 미국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데, H1b 비자를 후원해주는 병원은 매우 열악한 조건의 의료 취약(underserved) 지역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H1b 비자는 기본적으로 병원에서 후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H1b 비자 소지자를 병원의 '입맛'에 맞게 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H1b 비자를 가지고 수련 받는 레지던트들은 격무에 시달리며, 이 H1b 비자를 합법적인 착취의 도구로 악용하는 병원도 많습니다. 이는 비단 병원 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H1b를 후원해주는 다른 소규모 사업장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H1b가 가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H1b는 이민 의도를 인정해 주는 비자이기 때문에 레지던트 수련 중 영주권을 신청해 놓고 영주권이 나올 때까지 H1b 비자를 연장하면서 미국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반면 J1 비자는 비이민 의도의 비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련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J1 waiver라고 해서 의료 취약지역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J1 waiver를 신청하기 위해서 한국 보건복지부의 동의 서신(no objection letter)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상황에서는 J1 waiver를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J1 비자 소지자가 레지던트 수련 중 영주권을 신청했는데 영주권이 나오기 전에 수련이 끝난다면 J1 비자를 연장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본국으로 돌아간 J1 비자 소지자는 한국에서 2년 이상 체류 후에야 다시 미국 영주권 또는 H1b 비자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H1b 비자로는 기본적으로 미국에 3년 머무를 수 있으며, 3년까지 연장이 가능하여 최대 6년 동안 미국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영주권 프로세싱 중이라면 6년 이상 체류도 가능합니다.
대안 2: NIW
NIW(National Interest Waiver)는 미국의 국익에 기여할 만한 인재에게 영주권을 발급해주는 제도입니다. 자신의 특출한 능력 자체가 보증재이기 때문에 미국 내 위치한 고용주의 취업 오퍼가 없어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NIW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기본 요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 고학력 전문가: 석사 이상 또는 학사 학위와 5년 이상 전문 경력
- 우수한 능력(exceptional ability) 소유자
- 미국의 국익(national interest)에 도움이 되는 자
일반적인 한국의 레지던트들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아직 전문의 자격증을 따지 못한 레지던트들이 NIW 승인을 받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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