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서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감토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의학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수의대도 6년인데 의대가 5년인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등의 논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교육부가 만들어낸 이번 논란은 지난 ‘초등학교 만 5세 입학‘ 논란과 미찬가지로 논란만 일으키다가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5년 의대과정‘이 정부 입장에서 어떤 매력이 있길래 교육부가 성급하게 간을 보는 것인지 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리고 의대 5년 단축이 앞으로 의대생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도 살펴봅시다.
5년 과정 의대가 있는 나라들
먼저 다른 나라의 예를 살펴봅시다. 미국의 경우 의대(정확히 말하면 의학전문대학원) 과정은 4년이지만 일반 학사 과정을 졸업해야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6년 과정(대부분 학생에게는 8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는 대부분 5년제 대학입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지금 교육부에서 말하는 5년제 의대와 가장 흡사한 형태의 의학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영연방 국가(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들이 5년제 학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인도의 경우는 5.5년 학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에 하나 한국에서도 5년제 학제를 도입하면 나중에 USMLE에 응시할 수 없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일단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USMLE 응시자는 인도를 비롯한 영연방 출신이 가장 많기 때문이죠.
5년제를 도입했을 때 정부가 노릴 수 있는 이점
논란이 예상되는데도 정부에서 5년제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상해볼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료면허제 도입을 위한 단초
의대 교육과정 5년 단축안은 진료면허제 도입의 좋은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각계의 ‘의대 교육이 부실해 질 수 있다’라는 논란 대해 ‘대신 postgraduate education을 강화하겠다'는 건데요, 즉 현재의 학생실습(폴리클 또는 PK라고 불리는)을 의대 재학 중이 아니라 의대 졸업 후 인턴 과정으로 빼는 것이죠. 부족한 undergraduate education을 postgraduate education으로 보충하는 전략입니다. 그리고 의대 5년 졸업 후에는 ’교육용 임시 면허‘만 부여하고, 졸업 후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쳐야 full license를 주는 방향, 즉 진료면허제를 도입하려는 심산이죠. 그러면 정부 입장에서는 의대 5년 + 인턴 레지던트 4~5년까지 10 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의대생과 (임시)의사를 정부의 손아귀에서 제어할 수 있습니다. 교육용 임시면허는 이미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동맹 한의대 챙기기?
일단 의대 5년제는 실현 가능성이 적어보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한의사의 존재 때문입니다. 의대가 5년제로 개편되면 한의대도 5년제로 줄여야 하며, 의사 진료 면허제를 추진하려면 한의사도 진료 면허제를 적용해야 합니다. 현재 대학한방병원들의 여건 상 한의사의 진료 면허제 도입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진료 면허제와 연계하여 의대 교육과정을 5년을 단축하는 것은 일단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5년제 의대가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에 각종 논란을 돌파하고 정치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의대는 5년으로 줄이고 한의대는 6년으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한의학대학 졸업자에게 의사 면허를 줄 수 있는 유효한 명분이 될 수도 있죠.
의학교육 인증 문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교육 인증 기관 지정 취소 가능성도 한가지 변수가 됩니다. 의평원은 어디까지나 의학교육기관 평가를 교육부로부터 위임받아 ‘대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교육부에서 언제든지 이 기관으로부터 평가 권한을 뺏어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부에서 세운 꼭두각시 기관이 새로운 기준으로 의학교육을 평가하게되면 이 꼭두각시 기관에서는 어떻게든 의대 졸업자들이 국내 의사면허 시험에는 응시할 수 있는 요건이 되도록 평가기준을 조정할 것입니다.
문제는 국제기준인데요, 이 꼭두각시 기관의 평가 방법이 ECFMG와 Inthealth의 Recognized Accredition Policy에 부합지 못하면 한국의대들을 무더기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한국의대 졸업자들이 USMLE에 응시할 수 있는 요건을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정부에서는 꿩도 먹고 알도 먹게 됩니다. 의사 배출은 신속하게 하고, 외국으로 의사 유출은 막고...
한국 의료에의 영향
만약 실제로 의대 5년제가 확정된다면 한국 의료는 어떻게 될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5년제 학제를 도입하고 있는 영국 및 영연방 국가를 살펴보면 우리 의료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에서 의사는 준공무원 신분이며 급여 수준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습니다. 일할 동기가 없기 때문에 업무처리가 느려서 영국 의료제도는 늘어진 대기 기간을 해결하기 위해 항상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능력있는 의사는 모두 미국으로 가려고 하기때문에 그들에게 영국의대는 그냥 USMLE 자격을 얻기 위해 다니는 학원 정도로 인식되고 있으며, 실제 입결도 높지 않은 편입니다.
한국도 5년제 의대가 도입된다면 영국과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의학교육 인증문제와 얽혀져서 USMLE도 치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의사에게는 영국보다 더 최악의 나라가 될 수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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